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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누구의 문화를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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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6-06-23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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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누구의 문화를 기억하는가

종이 한 장으로 시작되는 디지털 문화외교의 시대



얼마 전 한 외국인이 인공지능(AI)에게 물었다.

“한국의 종이접기를 알려줘.”

“오리가미는 일본의 전통 예술로…”

AI는 짧은 문장으로 답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금 시대가 안고 있는 거대한 문제가 숨어 있었다. AI는 틀린 답을 했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그 답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검색창보다 AI에게 먼저 질문한다. 역사를 묻고, 문화를 묻고, 전통을 묻는다.

“이것은 어느 나라의 문화인가”라는 질문조차 이제는 AI가 대신 답하는 시대가 됐다. AI의 답변은 교과서보다 빠르게 퍼지고, 백과사전보다 넓게 공유된다. 누군가 오류를 바로잡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는 반복되고, 반복된 정보는 어느새 진실처럼 굳어진다.

문화는 언제나 전쟁터에서만 빼앗긴 것이 아니었다.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문화는 사라질 수 있다. 어느 날 세계 지도 속 이름이 달라지고, 해외 교과서 속 설명이 바뀌고, 인터넷 검색 결과에 다른 나라의 문화로 기록되면서 기억은 천천히 이동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원래의 이름은 흐려지고, 결국 문화의 뿌리마저 희미해진다. 이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그 문화가 지나온 시간이며 사람들이 살아온 역사이고, 세대가 이어온 기억이다.

한국의 종이접기(K-종이접기, Korea Jong ie jupgi: Paper folding) 문화 역시 오랫동안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는 각자의 종이문화 전통이 존재하지만, 세계 속에서는 종종 하나의 이름으로만 기억되곤 했다.

색종이 한 장으로 학을 접고, 꽃을 만들고, 마음을 담아 소통하던 우리의 생활문화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제대로 설명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다. 이제 문화의 주도권은 박물관이나 교과서만이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 결정된다. AI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료를 학습하며 세상을 이해한다. 한국 문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AI는 더 올바르게 답한다. 반대로 왜곡되거나 부족한 정보가 넘쳐나면 AI는 그 오류를 전 세계에 끝없이 복제한다.

지금 우리가 인터넷 공간에 무엇을 남기느냐가 미래 세대가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반크(VANK)의 움직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1999년 시작한 작은 사이버 외교 프로젝트는 이제 세계적인 시민외교 운동으로 성장했다. 반크는 그동안 세계 교과서 속 한국 관련 오류를 수정하고, 잘못된 지도 표기를 바로잡고, 독도와 동해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꾸준히 알려왔다. 정부가 미처 닿지 못한 영역을 시민들이 직접 움직이며 바꿔온 것이다.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그리고 이제 반크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과 함께 추진하는 ‘K-종이접기 AI외교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들은 AI가 한국의 종이접기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직접 확인한다.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 요청을 하고, 한국 종이문화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 디지털 공간에 퍼뜨린다. 영상과 글, 이미지와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쌓이면, AI는 다음번 질문에서 더 정확한 답을 내놓게 된다.

결국 AI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기술기업만이 아니다. 한 사람의 기록, 한 장의 콘텐츠, 한 번의 수정 요청이 모여 AI의 기억을 다시 만들어간다.

생각해보면 종이접기와 AI 시대의 문화외교는 묘하게 닮아 있다.

종이접기를 해본 사람은 안다. 처음 선을 잘못 접으면 자국이 남는다. 다시 펴도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방향이 중요하다.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기록되는 방식이 중요하고, 처음 불리는 이름이 중요하다. 지금 AI라는 거대한 디지털 종이 위에 어떤 선을 긋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 뒤 세계인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이제 외교는 더 이상 정부와 외교관만의 영역이 아니다. 색종이 한 장을 든 시민 한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AI의 오류를 바로잡고, 세계와 연결된다.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회의실 대신 자신의 방 안에 앉아 있지만, 그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외교관이 된다.

작은 행동처럼 보이지만, 변화는 언제나 그런 곳에서 시작됐다. 종이 한 장은 단지 종이가 아니다. 누군가의 손끝을 만나면 학이 되고, 꽃이 되고, 희망이 된다. 그리고 그 작은 날갯짓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기억 속으로 날아간다.

지금 우리는 AI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AI는 결국, 인간이 남긴 데이터를 기억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우리의 문화를, 우리가 먼저 기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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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박춘태(교육학 박사)는 대학교 학장과 국제교류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뉴질랜드에서 현지의 경제·사회 변화를 관찰하며 동시대 인류의 보편적 고민을 글로 풀어내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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